- 국립현대무용단과 공연하는 안무가 권령은·정세영
- 지난해 ''댄스 엘라지'' 수상으로 무용계 주목 받아
- 권령은 "나와 내 주변에 대한 관심 무용으로 표현"
- 정세영 "연극·무용·미술 모두 큰 의미의 공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현대무용단이 젊은 안무가 권령은(35), 정세영(37)과 함께 대학로 나들이에 나선다. 외부 안무가 초청 프로그램 ‘픽업스테이지’의 두 번째 공연 ‘권령은과 정세영’(25~2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열린 안무대회 ‘댄스 엘라지’에서 나란히 수상해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권령은은 ‘글로리’로 파리경연 3등상을, 정세영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서울경연 1등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이들 작품을 각각 30분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많은 관심에 기분이 좋았다”고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두 안무가의 작품은 무용의 소재가 무한함을 잘 보여준다. 권령은은 ‘글로리’에서 남성무용수의 군 면제 이슈를 다룬다. 군 면제를 받기 위해 무용콩쿠르 수상을 목표로 춤을 추는 남성무용수 이야기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공연한 적이 없다. 그러나 권령은은 ‘댄스 엘라지’에서의 수상소식을 전하는 기사만으로 일부 남성누리꾼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여성안무가가 남성의 군 면제를 무용으로 다뤘다는 이유에서였다.
권령은은 “기사제목이 자극적이어서인지 악플이 많았다. 살면서 그런 관심은 처음”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글로리’에서의 군 면제는 소재이자 재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콩쿠르 수상을 통한 군 면제 혜택이 무용수의 몸과 춤에 가져오는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권령은은 “주변 친구와 후배의 이야기일 뿐”이라면서 “무용과 관련한 제도가 무용 내부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정세영은 안무가면서 동시에 작가이고 연출가다. 호서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모나코 고등조형예술학교에서 무대미술을 공부하고 프랑스 몽필리에 국립안무센터에서 무용을 공부했다. 2014년 귀국해 연극·미술·무용의 경계 없이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2013년부터 같은 제목으로 만들어온 연작시리즈 중 하나다. 제목은 그리스비극에서 극적 갈등을 갑작스럽게 해결하기 위해 신적인 존재를 등장시키는 연출기법을 뜻한다. 정세영은 “극장의 메커니즘과 서사구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면서 “이야기가 바닥에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란 생각에서 이런 움직임을 몸짓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용이지만 연극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독특하다. 커피포트·선풍기·풍선 등 다양한 오브제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정세영은 “내 작품의 특징은 무언가가 떠오르는 모습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면서 “중력을 이겨내고 떠오르는 행위 속에서 하나의 서사가 담고 있는 감정을 재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령은은 어릴 적부터 무용을 좋아해 무용수 겸 안무가가 된 케이스다. 한양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를 졸업해 현재 리케이댄스 무용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TV에서 무용가 홍신자의 다큐멘터리를 본 뒤 안무가를 꿈꾸게 됐다. 두 사람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젊은 안무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녀부터 2015년까지 진행했던 ‘안무랩’(LAB)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안무가로 걸어온 길은 서로 다르다.
권령은은 “안무가로서 ‘내가 무엇을 할 건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 답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세영은 스스로를 가리켜 “무용계의 외부자”라고 설명한다. 권령은처럼 어릴 적부터 무용을 배우고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공연 덕에 안무가로 계속 불리다 보니 무용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연극·무용·미술에 얽매이지 않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 지난해 ''댄스 엘라지'' 수상으로 무용계 주목 받아
- 권령은 "나와 내 주변에 대한 관심 무용으로 표현"
- 정세영 "연극·무용·미술 모두 큰 의미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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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현대무용단이 젊은 안무가 권령은(35), 정세영(37)과 함께 대학로 나들이에 나선다. 외부 안무가 초청 프로그램 ‘픽업스테이지’의 두 번째 공연 ‘권령은과 정세영’(25~2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열린 안무대회 ‘댄스 엘라지’에서 나란히 수상해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권령은은 ‘글로리’로 파리경연 3등상을, 정세영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서울경연 1등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이들 작품을 각각 30분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많은 관심에 기분이 좋았다”고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두 안무가의 작품은 무용의 소재가 무한함을 잘 보여준다. 권령은은 ‘글로리’에서 남성무용수의 군 면제 이슈를 다룬다. 군 면제를 받기 위해 무용콩쿠르 수상을 목표로 춤을 추는 남성무용수 이야기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공연한 적이 없다. 그러나 권령은은 ‘댄스 엘라지’에서의 수상소식을 전하는 기사만으로 일부 남성누리꾼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여성안무가가 남성의 군 면제를 무용으로 다뤘다는 이유에서였다.
권령은은 “기사제목이 자극적이어서인지 악플이 많았다. 살면서 그런 관심은 처음”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글로리’에서의 군 면제는 소재이자 재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콩쿠르 수상을 통한 군 면제 혜택이 무용수의 몸과 춤에 가져오는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권령은은 “주변 친구와 후배의 이야기일 뿐”이라면서 “무용과 관련한 제도가 무용 내부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정세영은 안무가면서 동시에 작가이고 연출가다. 호서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모나코 고등조형예술학교에서 무대미술을 공부하고 프랑스 몽필리에 국립안무센터에서 무용을 공부했다. 2014년 귀국해 연극·미술·무용의 경계 없이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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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2013년부터 같은 제목으로 만들어온 연작시리즈 중 하나다. 제목은 그리스비극에서 극적 갈등을 갑작스럽게 해결하기 위해 신적인 존재를 등장시키는 연출기법을 뜻한다. 정세영은 “극장의 메커니즘과 서사구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면서 “이야기가 바닥에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란 생각에서 이런 움직임을 몸짓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용이지만 연극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독특하다. 커피포트·선풍기·풍선 등 다양한 오브제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정세영은 “내 작품의 특징은 무언가가 떠오르는 모습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면서 “중력을 이겨내고 떠오르는 행위 속에서 하나의 서사가 담고 있는 감정을 재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령은은 어릴 적부터 무용을 좋아해 무용수 겸 안무가가 된 케이스다. 한양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를 졸업해 현재 리케이댄스 무용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TV에서 무용가 홍신자의 다큐멘터리를 본 뒤 안무가를 꿈꾸게 됐다. 두 사람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젊은 안무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녀부터 2015년까지 진행했던 ‘안무랩’(LAB)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안무가로 걸어온 길은 서로 다르다.
권령은은 “안무가로서 ‘내가 무엇을 할 건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 답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세영은 스스로를 가리켜 “무용계의 외부자”라고 설명한다. 권령은처럼 어릴 적부터 무용을 배우고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공연 덕에 안무가로 계속 불리다 보니 무용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연극·무용·미술에 얽매이지 않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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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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